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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세신입회계사 Part 2. 중첩

웹소설: 55세신입회계사

by 점쟁이회계사 2023. 9. 8.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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짹짹짹

아침이다. 그런데 왜 참새소리가 이렇게 라이브로?

일어나 보니 집 근처 지하철이다...아놔...술을 진탕 먹은 것까지 기억 나는데.... 잠시만 쉬어야지 하고 지하철 벤치에서 노숙을 한 모양이다 

'다음날 평일이었으면 어떻게든 출근하려고 귀가 했을텐데....'

태어나서 처음해본 노숙이다. 무거운 머리와 막걸리+소주+맥주 냄새가 섞인 벤치에 앉아본다. 어제 밤일이 기억이 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술을 마시던 곳을 떠올려보는데... 강남역 어디선가 지하철을 타긴 탄 것 같은데 여긴 지금 어디....

당췌 생각이 안나 미간을 찌푸리고 있는데 누군가 말을 건다

<<어이 젊은 친구~ 일어나봐>>

눈을 떠보니 아무도 없다. 뭐지 환청인가?

<<아아 그 쪽이 아니고 여기>>

????

주위를 둘러봐도 아무것도 없다. 360도 동서남북 말고 다른 디렉션이 있던가?

<<아 내가 안 보이는건가? 허 참~이게 무슨 일이야 >>

귀를 파보자.... 어라 블루투스 이어폰도 없는데? 신종 숙취인가? 코로나 후유증?

뺨을 때리고 벌떡 일어났다. 일단 숙취를 위해 편의점에서 뭐라고 먹어봐야 겠다고 다짐한 순간 

<<아 젊은이 잘 들어, 그런 걸로 해결될게 아닌거 같아 내 말 좀 들어보게>>

"누....누구세요? 제 말이 들리세여?"

<<어어 그럼 나도 상황은 모르겠는데 아마 사랑과 영혼처럼 내가 자네에게 빙의 비슷한 것 된 것 같아>>

"사랑과 영혼이 뭔데요?"

<<아 참 젊은 사람이 교양이 ...  아 몰라 ! 눈 떠보니까 자네 머릿속에 들어오게 되었지 뭔가>>

"네??그게 무슨"

<<자세한 건 모르겠어 기억이 나지 않네. 어제 뭐 과학실험이라도 당한 건가 나도 당황스럽네>>

올드한 50세 스타일의 목소리다. 내심 침착한 것 같지만 이 아저씨도 당황스러운지 헛기침을 여러번 한다 

<<일단 저기 사람들 없는 틈으로 가보세, 지금 자네 이러고 있는거 되게 이상해. 혼잣말 하는거>>

아 맞다. 주위를 둘러보니 이 주말에도 지하철에 사람들이 은근 많다. ISTJ는 관심이 싫다구 

"잠시만요"

근처 사람이 드문 인적 드문 공원으로 가서 앉아봤다. 이미 술은 확 깼고 이곳이라면 뭔가 정리가 될 수 있을 듯하다 

"아저씨 누구세요? 다시 한번 차근차근 말씀해보세요"

<<아 난 그냥 회사원인데 회계사라고 아나?>>

"뜨헉 저도 회계사에요"

<<헛 이런 우연이...뭐지...다중우주에서 회계사 분신을 찾아 중첩된건가?  난 저기 오일 회계법인이라고 거기에서 상무로 있는 회계사야 이제 55살이고...>>

"오일?? 오일회계법인?이라고 하셨어요? 그런 회사는 들은 적 없는데 외국계...인가요? Oil?"

혀를 한 껏 굴려 뱃속에서 나는 중저음으로 Oil을 여러번 발음해봤지만 아저씨는 이해하지 못했다 

<<아니 오일 회계법인을 모른다고? 국내 1위 회계법인인데???>>

"국내 1위요??아니 국내 1위는 삼일인데??"

<<자..잠깐 그럼 오성전자도 모르고?? 지금 거기 대한국이 맞긴 맞는거야?>>

"오성전자? 혹시 삼성전자 말씀하시는 거에요?반도체 만드는?? 대한국은 대한민국... 코리아 말씀하시는 거고??"

<<어어 맞네 맞아...아 그럼 이거....오 진짜 ...이야....>>

아저씨는 침을 튀겨가며(그런 열정으로) 뭔가 이상한 개념을 설명했다. 문송하지만 대략 내가 사는 우주랑 다른 곳에 있는 우주와 자기가 충돌해 합쳐진 것 같다는 내용이었다. 회계사이지만 이과 등 다방면에서 지식이 높으신 분 같았다

"와 그러니까 저는 다른 우주에 있는 초 천재 회계사 아재와 중...아니 합체가 된 거네요?"

<<뭐 표현은 간지럽지만 그렇다니까. 나도 당황스러워... 한참 고민했어..... 아까 자네가 곯아 떨어졌을때 뭔가 지나가는 사람들의 패션이나 메이커 이름 지하철 역 노선도 뭔가 조금씩 내가 알던 것이랑 다르더라고.>>

"아 그럼 전 술 쳐먹고 이렇게 되었다고 해도 아저씨는 무슨 일이 있으셨던 거에요"

<<글쎄 그게 잘 모르겠어. 분명 이틀 전 골프 친 것은 기억이 나는데 어제 일이 생각이 안나. 세상에 이럴 수가 있나. 마치 그부분만 누가 의도적으로 컨트롤 엑스해서 가져간 것 같다구>>

합리적으로 감정을 컨트롤 해오던 아저씨 목소리에 불안감이 묻어 나온다. 나이가 들면 여성호르몬이 많아져서 이것 저것 새로운 일도 버거워진다는데 나보다 더 당황스러우시겠지

"가족들은요? 아저씨 가족들은 있어요?"

<<아 그럼 ...아들 둘 잘 키워놨고 와이프도 건강하다고....잘 있겠지?>>

"아저씨 잠깐 만요"

휴대폰을 꺼내 어머니, 아버지께 전화를 걸어 별 주제 없는 대화를 했다. 주말 아침부터 왠 소란이냐고 쿠사리를 먹고 전화를 끊은 후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아저씨 봐요. 뭔가 중첩이던 케첩이던 되었어도 주변 사람들은 멀쩡한 가 봐요. 봐요 제 주변 사람들은 멀쩡 하잖아요"

한결 안심된 목소리의 아저씨는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경우의 수를 따져봤다. 자기가 죽었을 경우, 아니면 외계인에 의해 실험 당할 경우. 꿈일 경우 등등...여기가 저승일 수도 있다며 패닉에 빠지실 때는 나도 좀 피곤하긴 했다만 이내 정신을 차리셨다. 멘탈이 갑이신 분인 듯하다

<<에구 모르겠다. 뭘 하던 일단 ....식사부터 할까?>>

 "아저씨 영혼 같은 무형자산의 상태인거 아니었어요?"

<<아 몰라 배고픔이 느껴지는데? 자네가 먹으면 나도 배부르지 않을까? >>

편의점에서 대충 아무거나 골라서 사먹어 보곤 알게되었다 우리는 정신뿐 아니라 육체도 같이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아저씨 왜 이렇게 말이 없어 졌어요? 괜찮아요?"

<<어 기분 좋네......자네 이름이 뭔가 >>

"근원인데요"

<<근원...근원아 말 좀 놓을게 이제 그리고 자네도 형이라 불러 입 아프게 존댓말 할 것 없어. 우린 이제 가족보다 끈끈한 관계지 않니>>

"아 그...그럴까요 그럼 저는 뭘로 불러 드려야?"

<<쌤...아니 형이라고 불러. 여튼 근원아 내가 곰곰이 생각을 해봤는데....형이 현실인식이 빨라. 지금 내가 왜 이리 되었는지는 일단 내가 알 수 없는 영역인 것 같다만 일단 너를 배고프게 하면 안될 것 같다는 것은 알았어. 일단 오늘.... >>    

띠로링 갑자기 전화가 울린다 

"여 여보세요? 누구? 아아아아아 아 동수~ 어 그래 왠일이냐"

뜬금포로 고등학교 친구 동원이가 연락을 해왔다. 별로 친하지 않은 친구이고 졸업하고 한번도 본적이 없다. 사정을 들으니 갑자기 저녁 먹자는 내용이었다. 전화를 끊자마자 아저씨...아니 형의 목소리가 귀를 때린다 

<<아 그 녀석 ...뭐야 별로 안 친한 것 같은데>>

"네 맞아요 저도 좀 의외네요 갑자기 왠 연락이지"

<<나가지 마>>

"네?"

<<나가지 말고 번호도 차단하라고 , 내가 들어보니 100퍼 피라미드, 정수기, 금전대여 이런 거다. 아저씨...아니 형이 너랑 세계가 조금 다르긴 하지만 인간 사는 사회였던것은 똑같아. 저 친구가 뭐 갑자기 전화와서 목적도 이야기 안하고 심지어 저녁을 산다고 이야기도 안했지? 백퍼 나가면 손해보는 장사다 나가지마>>

"아니 무슨 인간관계를 그렇게 계산적으로 살아요?"

<<너는 임마 다른 데선 계산적으로 안 살면서 무슨 계산적으로 산다고 날 탓하니. 너한테 제일 잘 해주는 생각해봐. 그 사람들에게 너가 진 부채가 얼마나 되는지 생각해보고 너가 그들에게 얼마나 상환해줬나 생각해봐. 아무것도 안했지? 하물며 너에게 가장 많은 투자와 유상증자를 하신 부모님...부모님에게 너 뭔가 배당이라도 드린 적 있냐? 인간관계를 계산적으로 하는 것이 속되 보이지만 말야...계산적으로 하는 것도 일반인들 99%는 못하는 엄청 어려운 경지라니까?  그냥 계산적으로 살아. 받은 것 있으면 도로 받은 만큼 돌려주고 말이 안되는 거래를 하지 말아. 그게 임마 형이 알려주는 인생 비법이다>>

 형이 갑자기 말이 길어진다 

<<아까 하던 이야기에 이어서 하면... 너가 배부르면 내가 배불러. 그럼 난 널 힘들게 하면 안되. 계산적으로 그래. 너 삶은 내가 이제  도와준다>>

"손발도 없는 형이 무슨 수로?"

<<아 이 녀석 발끈하더니 이제 말 놓네ㅋㅋㅋ 그래 야 형이 다 없지만 55년 인생경력과 뛰어난 IQ가 있잖냐. 형이 임마 수능에서도 전국 0.05% 안에 들었고 빅펌에서도 초고속 승진했고 산전수전은 다 겪어서 너보다 모든 면에서 백퍼 낫지>>

존심 개 상하긴 하지만 틀린 말이 없다. 이야기 들어보니 단어 구사능력이나 계정과목에 대한 이해는 확실히 대단하신 분 같다. 고학력자나 고IQ에 대한 말도 뻥은 아닌것 같고 성공한 사람이란 것도 믿을 만 한듯? 이 중첩 상태가 언제까지 갈지 모르겠지만 만약 이렇게 2인1조로 평생가면 ....오 완전 성공할 수 있지 않을까? 나의 외모 +형의 실력??

<<다 들려 임마. 형 외모도 죽여줘 너보단 100배 낫지>>

소리없는 아우성을 무슨 정신분열 환자처럼 계속 이어 갔다. 생전 처음 보는 사람과 정신없이 헬조선 사는 이야기 ,  어린시절 살아온 이야기, 살고 싶은 이야기를 했더니 벌써 일요일 밤이다.

세상 황당한 주말은 이렇게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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