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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세신입회계사 Part7. 이게 되네?

웹소설: 55세신입회계사

by 점쟁이회계사 2023. 9. 14.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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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h

1월 1일 새해가 밝았다.

오늘 잡힌 실사는 집 근처라 사무실 안 들르고 바로 가도 되는지라 조금만 더 퍼질러 자도록 하자

....

...

새해가 너무 많이 밝았다. 아뿔싸 벌써 10시~!

아침은 스킵하고 서둘러 옷을 갈아입...

 

<<마 니 뭐 하는데>>

 

이 형이 경상도 사람인 건 처음 알았다.

 

"형 부산사람이었어요? 웬 사투리? 옷 입잖아요"

<<이 햄이 어릴 때 부산에서 좀 살아서 가끔 황당할 때 사투리가 서끼 나온다>>

"뭐...뭐가 황당한 거죠? 설마... 내 사이즈??? 자.. 작지 않다고요"

<<머라카노 ㅋㅋㅋㅋ 그게 아니고 오늘 니가 양복 입고 나갈 자리는 아닐 텐데>>

그렇다 오늘 실사는 험한 동네라 청바지에 후드티를 입고 나가야 하는 곳이다.

양복에 구두 입고 갔다가 낭패를 봤다는 선임의 말이 기억난다.

"아 그러려고 했어요 부산 햄"

 

부랴부랴 준비를 마치고 사이트에 도착했다.

아니 그런데 여기가 많나?

그렇게 청결하진 않아 보인다. 흡사 이건 거대한 쓰레기통....

"아이고 회계사님 오셨어요.(중략) 저희 재고는 저기 있습니다"

입구 오면서 쓰레기산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재고였다.

전문용어로는 철 스크랩 뭐시기 라고 하더라

왜 양복을 입고 오지 말라고 했는지 이제 이해되는 순간이다 

"어떻게..그러면.... 어떤 것을 먼저 세면 될까요?"

실무담당자가 '세볼 수 있으면 세봐라' 라는 듯한 웃음으로 나를 놀리는 것 같았다.

작년에 이 사이트에 나온 회계사가 "재고 카운트 하기가 쉽지 않다"라고만 대충 말해주던 것이 이런 의미였을 줄이야

 

<<금마 재고 실사 안 했네>>

"누구? 작년에 나온 사람요?"

<<그래 이걸 어떻게 세고 앉았냐 ㅋㅋㅋ 어쩔 수 없다 그냥 대충......>> 

"아아 그럴 순 없죠. 전 초슈퍼울트라회계사인걸요 형님"

<<만나카노? 우짜려고?>>

"이게 통할지 모르겠는데... 함 해보죠"

 

실무 담당자를 불렀다. 

"혹시 여기 좀 넓은 길이를 잴 수 있는 측정도구 같은 거 있나요? 10m짜리 자라던가"

"아...네? 아아 있죠 가져다 드릴까요?"

"네네 일단 그거 가지고 이거랑 이거 이 재고가 있는 사이트(쓰레기산)으로 가지요. 아 그전에 저기 제일 작게 쌓여 있는 재고 더미 앞으로 가지요"

담당자는 생전 처음 보는 요구에 어리둥절하면서도 착하게 요청자료를 다 가져왔다

나는 무슨무슨 스크랩이 쌓인 산으로 가서 자를 일직선으로 펼쳐놨다

"담당자님 이거 저랑 같이 좀 저기 멀리서 사진 좀 찍어주세요"

"네?? 아 네네"

 

찰칵

 

사진이 이쁘게 찍혔다.

 

"자 그리고 방금 찍은 이거... 이것만 무게를 좀 재주세요"

<<아~!  이제 알았네>>

"오 형 눈치챈 거야?"

<<비율을 써서 무게를 측정하려는 거지???>>

"ㅇㅇ 정확하진 않겠지만 이걸로 충분한 확신은 가질 수 있을 것 같아"

방법은 이렇다. 모든 노지에 재고가 원뿔형으로 쌓여져 있으니 제일 작은놈의 가로, 세로를 잰 다음 무게를 재면... 더 큰 것들은 가로길이만 알아도 재고 무게를 어림 측량할 수 있다는 논리다.

8123시간 걸릴 줄 알았던 재고 실사가 3시간 만에 완료가 되었다. 정확히는 사진 찍은 시간이 2시간 30분이고  나머지 30분은 들어가서  조서 작업한 시간이다.

"자자 형 봐라 엑셀에다가 이거 사진 들 붙이고... 가로 세로 길이 해서 여기 공식에 때려 넣으면... 짜잔"

<<.... 오오............>>

 

"그럼 들어가 보겠습니다 대리님"

"아.... 네 들어가세요"

담당자도 "뭐 저런 놈이 다 있지" + "대단한 놈인데"라는 경외감이 살짝 들어간 표정으로 인사를 해준다.

사실 그런 인사 없어도 스스로 회계부심이 느껴진다

"형 근데 이거 나중에 누가 문제 삼지 않겠지?"

<<이거보다 더 좋은 방법을 개발하는 사람이 있지 않는 한...ㅎㅎ 그리고 저 재고 현실적으로 하루 안에 무게를 다 잴 수 없어. 걱정 마>>

"근데 형 하루 만에 실사할 수 없는데 왜 하루밖에 안주는 걸까?"

<<우리는 감사하는 감사인이지 검찰이 아니야. 검찰이라면 나올 때까지 영장 받아서 탈탈 털겠지만 우린 주어진 한도 안에서 최선을 다하면 끝인 거야>>

"좀 무책임한 거 아냐 형?"

<<원래 회계사란게 최소한의 사이드브레이크인거야...나도 너만 할 때 회사의 부정부패를 다 찾아내는 자본주의의 파수꾼 이 되고 싶었는데.... 그럼 다 싫어한다?>>

"다??"

<<그래. 다 싫어해 클라이언트도 싫어하고 심지어 너 팀 사람들도 널 싫어할 거야. 이 이야긴 나중에 좀 더 하자. 어유 피곤하다>>

형의 표정이 보이지 않았지만 갑자기 아련함이 느껴졌다

이 형은 어떤 인생을 살아온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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