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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세신입회계사 Part9. 본오본오

웹소설: 55세신입회계사

by 점쟁이회계사 2023. 9. 27.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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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저요? 무슨 일이시죠?"

회계팀장님의 육중한 몸에서 긴장한 보노보노 같은 땀이 기화되어 날아가는 게 보일 정도로 팀장님은 안색이 별로 좋아보이지 않았다...

아니 전.... 그냥 증빙 요청한 건데....

"말씀주신 등본....요청하신게 회계사님 맞으시죠"

"네네 그런데요"

"이거 꼭 필요한 자료이신가요?"

멀리서 인차지 쌤의 눈길이 느껴진다. 뭔가 사태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이제 파악하신 듯

"네네 그럼요 이거 없으면 저희가 이 부동산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가 없으니까요"

"아 네 그러시겠죠...이해 됩니다. 저 근데...."

뭔 말을 하려 이렇게 뜸을 들이시나 

"저희가 등본이 다 있지를 않아서요"

두둥

"예? 에?? 등본이 없다는...아아....분실하셨다는 건가요? 그럼 새걸로 다시 주셔도 "

"아니 그게 아니라...이게 실은 처음에 설립할 때 50년치 임대료를 일거에 낸 거라서.... 자산으로 잡기만 했고 등본이 없습니다"

"아 네?? 그럼 여기 자산으로 잡힌게 전부 선급임대료 라는 거에요?"

"아 네네...그 전부는 아니고 여기 50억 짜리만..."

인차지 쌤이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자리로 오셨다

"쌤 무슨 ....지금 무슨 일이죠"

"회사가 보유한 부동산에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선급임차료를 지출하신 것을 부동산으로 처리를 하셨다네요"

원래 회계사들 대부분의 관상이 그렇듯 인차지 쌤도  - _ - 라고 그릴 수 있을만큼 작은 눈을 가지고 있는데 이번엔 진짜 눈이 동그래졌다

"에? 진짜? 아니 회계팀장님 이게 무슨 말이에요?"

"아 회계사님 진정하시고....저희가 이렇게 하긴 했지만...선급임차료를 매년 상각해서 원래 부동산으로 잡았을 때와 비용 차이는 없습니다 "

회사 설명은 이렇다 50억을 건물로 잡고 40년동안 비용처리하는 방식이나 20억을 선급임차료로 잡고 40년동안 비용처리 하는 것이나 회사 손익은 영향이 없다는 것이다 

"아니 그래도 도대체 왜.....하 ....네네...일단 알겠습니다"

약간 격앙된  인차지 쌤의 얼굴이 "비용이 달라질 사항은 아니다"라는 논리에 약간 누그러 들었다. 

 

 

<<뭐 그럴 수 있지. 계정 바꿔서 수정분개하는 거는 그냥 이름만 바꾸면 되니까...손익이 바뀌면 난리 나거든>>

"아 그럼 별거 아닌건가요?"

<<과연 그럴까 .... ㅎㅎ 너 이 회사 올 때 전기감사보고서 봤지?>>

"잉? 네 그런데요?"

 <<내 기억에 이거 이슈 크게 될 것 같은데... 힌트 줄까?>>

"앗 아뇨 잠시만요 제가 찾아볼게요"

뭐지뭐지...내가 지금 놓치고 있는게 뭘까?

재무상태표에 올려진 취득가? 감가상각 누계액? 현금흐름표에 있는 상각비? 아니면 이걸로 뭐 장난치..담보....담보???

유형자산만 보고 있는 것이 문제였다. 이 회사 거액의 시설투자를 한다고 실행된 차입금을 놓치고 있었다

"차입금 주석에 있는 이 담보 문구 말하는 거죠?"

<<이열~ 어떻게 차입금을 볼 생각을 했데?>>

"헤헤 제가 최근에 갭투자를해서 이 쪽에 개념이 좀"

<<갭투 ㅋㅋㅋㅋ 그 이야긴 나중에 하기로 하고....맞아 여기만 보면 마치 이 유형자산 전체를 담보 답힌 것처럼 주석에 기재해놨지? 이 주석을 본 정보이용자들은 "회사 차입금이 많지만 담보여럭이 많고 훌륭하군"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

"그렇죠 그러면 안되죠. 사기죠. 우리 같은 자본주의의 파수꾼이 나서야죠"

<<워워 파수꾼 같은 소리하고 있네. 일에 의미와 재미를 부여하는 순간 전문가가 아닌거야. 진정하시고 ㅎㅎ 일단 요점은 뭔지 알겠으니 알아서 해봐>>

 

인차지 쌤이 담배 한대 피고 온다고 회계팀장이랑 들어왔다. 표정이 그리 좋진 않은데 저 표정으로 하고 왜 내 옆자리로 또 오실까

"김쌤 이거 잘 찾았네...아 이걸 왜 이제 발견했는지 몰라"

인차지 쌤이 나랑 같이 차타고 온 말 많은 선임쌤을 살짝 째려봤다....작년에 이 계정을 맡았던 게 저 쌤인지라 왜 그때는 못찾았냐는 꾸중을 눈빛으로 하는 것 같다. 근데 이거 우리 법인이 감사한지 4년은 되지 않았나. 눈치 못채고 넘긴 사람이 한둘은 아니리라  

 "일단 뭔지 알았으니까 . 그냥 넘어 갑시다 ...손익에 영향도 없고 나중에 이슈도 안될 것 같아"

"아 그럼 제 감사 조서에는...."

"확인결과 이상없음이라고 쓰고 넘어갑시다"

그럴 수 없지

"아 근데 쌤 이거 그럼 감사보고서는 넘어가는 건가요?"

문제의 차입금 주석 부분을 모니터로 보여드렸다. 

[...2021년과 2022년 12월 31일 현재 회사가 차입금 등과 관련하여 담보로 제공한 유형자산의 내역은 다음과 같습니다.....]

 

 

이번엔 인차지 쌤이 보노보노가 되셨다. 모니터를 30초 정도 스크롤 하며 위 아래로 보시더니 말이 없으시다....

땀이 기화되는 건지 사무실 습도가 살짝 올라가는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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