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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세신입회계사 Part8. 본격 감사

웹소설: 55세신입회계사

by 점쟁이회계사 2023. 9. 27.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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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전야

1월 첫째 주는 말 그대로 폭풍 전야 같은 때다

보통 결산을 회사들이 12월말에 하니까 감사는 그 자료들이 어느정도 수습되고 모양을 갖춘 뒤에 나가기 때문에 1월초에는 그다지 일이 없다

아 B팀 애들만 빼고 

 

B팀에는 1월에 감사를 해야하는 희한한 외국계 회사가 있다 

SAP을 오래 써온 회사라 그런지 1월첫째주에 바로 재무제표가 나온다

와우

물론 어느정도 손봐야 할 계정들이 있지만 플러스 마이너스 오차범위가 크지 않은 것들이라 문제 없다고 한다

그럼에도 왜 그렇게 빨리 FS를 구하냐면 그들의 본사에 숫자를 보고해야 하기 때문이란다

작년 재무제표와 실적, 관리회계 등등을 합쳐서 하나의 패키지 라고 하는데 이걸 외국 본사에 송부하여야 하고 

그 전에 B팀이 한번 훑어주기로 했데나 뭐래나....

 

글로벌 기업은 역시 다른게 그 외국계 회사가 한국에 3개의 자회사가 있어서 B팀은 10명 정도가 1월 첫째주에 그 회사에 달라 붙어 있어야 한다 

 

<<너도 예전에 저기 어싸인 되어 있지 않았냐?>>

"그러게요 어느샌가 바뀌었더라구요?""

<<그게 임마 형 때문이야>>

"형이요?"

<<그래 내가...아니 정확히는 너랑 내가 몇번의 본보기를 보여줬잖아. 이 정도 실적을 내는 1년차는 거의 드물다구. 틀림없어 너 이제 에이스 테크 타는 걸수도>>

"에이스 테크요? 그...그렇다는 건???"

<<초슈퍼울트라인가 뭐랬더라.....너 슈퍼맨이라며 ㅎㅎ 능력 인정 받고 잘 나가야지. 저런 B팀 같은 회사보다 더 크고 제대로 된 클라이언트 나가야지>>

  

형 말대로다. 돌이켜 보면 사무실 지나다가 가끔 주변 선생님들이 내 활약(?)을 언급해 주시는 일이 늘고 있다. 회식자리에서도 내가 저번 재고실사에서 했던 일이 이슈가 되기도 했다 

"아 글쎄 이 쌤이 재고 실사를 무슨 물리학자처럼 꾸며놨는데 ...대박...이런 거 본적 있어요?(핸드폰을 보여준다)"

전년도에 이상하게 재고실사를 했던 회계사 선임도 내 업무를 인정해줬다.

기분이 째져....Hey who's the best CPA? 반경100미터....뭐래니

 

 

여튼 열심히 한 덕에 똥차를 하나 피하고 첫 감사로 국내 굴지의 대기업의 자회사로 본격적인 첫 감사를 나가게 되었다. 공장이 좀 멀리 있는 것은 그다지 불편하지 않았는데 같이 차를 타고 가는 선임이 말이 너무 많은 것이 너무...

"쌤은 어디 살아요? 아 거기.~~ 거기 출퇴근 하기 멀지 않아요 . 그쵸그쵸 맞아. 쌤은 군대를 어디에? 고향이? 나이가? 여자친구는? 게임 뭐좋아하는지? 영화는 ? 요즘 나온 A 연예인 양잿물 사건 들었어요? #@$@#$@#$@$@#%@#^#%&#^$5"

귀에 피가 나다 못해 부종이 생길 때 쯤 상냥한 여자 목소리가 선임의 말을 끊어준다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차에 내려 보니 오우 진짜 어마어마한 공장이다. 이 회사는 공장과 사무실,본사가 같은 곳에 있어 이런 장관을 보게 되었다. 제조업이라는 곳은 무식하고 무지막지한 곳이라는 편견이 조금은 불식되고 있던 것은 장관 뿐이 아니었다.

"노트북 주세요"

안전요원 같이 생기신 회사 직원분이 우리 노트북을 거둬들여갔다. 

사전에 설명을 들은 나와 달리 독자들을 위해 설명해주자면...컴퓨터를 포맷을 하는 것이다...

스마트폰 카메라에 필름 붙이는 건 봤어도 이런 건 참 대단하다

얼마나 대단한 회사길래

 

<<이런 건 양반이야. 제약사들 같은 곳은 툭하면 세무조사니 뭐니 하면서 털리니까 멀쩡한 하드디스크를 냅두고 업무를 USB에 한데>>

"예? 그럼 엄청 느리지 않아요?"

<<겁나 느리지. 문제는 하드디스크에서 작업한 파일을 지우면 휴지통에 가는데 USB에서 지우면 아예 없어진다는 거...하 대단한 놈들이야.거기도 그렇고 여기도 >>

 

정문을 통과해서 사무실....이라고 부르고 공장창고처럼 보이는 가건물에 들어갔다.

외형은 으리으리한데 감사나 경영지원에는 크게 신경 안 쓰는 회사들이 있다고 들었는데 여기도 마찬가지인듯?

<<이것들이 감히 우리 근원회계사님을 푸대접을 해? 안되겠다 ~야 이번에도 다 털어버려 ㅋㅋㅋㅋ>>

"아니 근데 형 뭐 털게 있어야 털죠. 저는 현금만 맡을 텐데요"

말하는 순간 대화를 엿들은 것인지(설마) 인차지 선생님이 어싸인을 바꾼다

"근원쌤은 이번에 유형자산도 같이 좀 봐요. 기계장치랑 설비는 박쌤이 할테니까 남은 것..그러니까 부동산만 보면되는데 별거 없어"

<< 올 축하해 드디어 현금,재고 탈출이구나 ㅋㅋㅋㅋ>>

" 오우 유....유형자산....유형...난 형이 있으니까 형만 믿어요"

<<뭐래 이 자식 그 사이에 내 개그에 전염된건가ㅋㅋㅋㅋㅋㅋ>>

 

회사에 자료를 요청하고 엑셀로 된 명세서를 받았다.

참고로 기말 시점에 있는 자산 부채 목록을 요청할때는 명세서라고 하고 1년간의 거래내역을 볼때는 원장을 달라고 한다 

현금은 그냥 뭐 현금이 제대로 BS에 있는 숫자와 동일한지 확인하면 되고 

외화면 평가가 환율 적절이 반영해서 되어 있는지 보고 

조회서랑 비교를 해보는 정도로 일이  끝난다 

물론 제한예금이 있거나 다른 주석사항이 있거나 등 이슈가 있으면 그것도 봐야 하지만 여긴 딱히....

<<흠 뭐 클린하네...역시 대기업이야. 주는 자료 수준 좀 봐바>>

"오 자료 수준이 좀 높은지는 어떻게 알아요?"

<<보기 주옥 같잖아. 아우 하여간 SAP 쓰는 회사들은 다 ....후....아니다 >>>

 

 어느정도 정리를 하고 다음으로는 유형자산을 볼 차례이다 

내가 볼 것은 토지 83억 그리고 건물 120억...

일단 토지와  건물 명세와 맞춰본다 

"하나 둘...오 여기시트랑 여기를 비교하면"

물론 틀리는 일이 없다. 첫 감사치고 너무 시시한데.  

<<어이어이 슈퍼 울트라 회계사님~ 실재성 확인을 하셔야죠>>

"네? 아니 확인하시고 말고 뭐 있어요. 지금 우리가 밟고 있는데"

<<남의 땅이면 어쩌려고 >>

아 차차 그렇다. 회사에 추가 자료 요청을 해야겠다 

".....김대리님....다음 자료를 추가 요청드립니다...."명세서상 부동산에 대한 등기부등본".....오케이 보낼게요"

<<그래 잘했어 ...에이 뭐 다했네. 별거 없네 역시 대기업이야..이제 뭐 쉬엄쉬엄 일하는 척 하고 엑셀 단축키도 배우고 좀 하고 있어 >>

 

 

1시간뒤 회의실 문이 열리면서 회계팀장님이 공손하게 문을 열고 들어오셨다

당연히 인차지 쌤한테 볼일 있으실 줄 알았는데....오잉....자근자근한 발걸음으로 내 옆에 오시는 이유가??

"저 회계사님 드릴 말씀이...."

뭐야 뭔데 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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